플라스틱 병이 눌렸다 다시 펴지는 이유 탄성과 복원력의 작은 실험실에 대해서 공유합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빈 플라스틱 병이 손바닥 아래에서 부드럽게 찌그러졌다가, 막내딸이 손을 떼는 순간 서서히 다시 원래 형태를 찾아가는 모습을 본 날이 있었습니다. 늘 보던 장면인데도 그날따라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족 모두가 모여 있는 거실 한가운데에서 벌어진 작은 움직임이라 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내도 아이들 옆에서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이게 왜 이렇게 다시 돌아오는 걸까 하고 제게 말을 건넸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우리 가족을 잠시 과학 놀이 속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궁금증
막내딸은 병이 숨을 쉬는 것 같다고 표현했고, 큰딸은 병에서 나는 바스락 소리에 귀를 대며 스스로 원리를 맞히려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런 모습 덕분인지 저도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따라붙었습니다.
왜 눌린 플라스틱 병은 스스로 되돌아오는 걸까. 또 어떤 상황에서는 금세 형태가 흐트러진 채 남아 있는 건 무슨 차이 때문일까.
인터넷에서 예전에 봤던 정보 중에는 플라스틱 병은 한 번 찌그러지면 다시 펴지는 것이 아니라는 글도 있었는데,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상과는 반대라서 그 부분도 함께 확인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런 마음들이 모이니 별것 아닌 장난감 같은 병 하나가 작은 실험 재료로 변해갔습니다.
실험
부엌 테이블 위에 병 몇 개를 올려두고 아이들과 함께 관찰을 시작했습니다. 두께와 크기, 만졌을 때의 느낌이 모두 달라서 병마다 반응이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힘을 아주 조금 주면 벽이 미세하게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어느 순간 부드럽게 접히는 구간이 찾아옵니다. 손을 떼는 순간 병은 조용히 되돌아오기 시작했는데, 속도도 병마다 조금씩 달라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계속 눌렀다 놓았다를 반복했습니다.
둘째아들은 병 안쪽에 손을 가까이 대보며 공기가 움직이는 방향을 추측했고, 아내는 아이들이 서로 관찰한 것을 말로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과학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좋은 시간이라고 웃었습니다.
이 과정을 보는데 떠오르는 자료가 하나 있었습니다. 환경부가 2021년에 정리한 연구 내용에서 플라스틱 병은 제조 단계에서 일정한 변형을 견디고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설계된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또 미국 재료공학회가 2022년에 발표한 정보에서도 음료용 페트병은 충격과 압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복원력이 전제된 구조라는 내용을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실험하며 본 반응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설계된 물성이라는 점이 설명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원리
플라스틱 병이 다시 펴지는 데에는 소재의 성질과 내부 압력이라는 두 가지 힘이 자연스럽게 얽혀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이루는 분자들은 압력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배열이 바뀌지만, 안정된 상태를 다시 찾으려는 움직임을 스스로 일으킵니다. 그 과정이 겉에서 보기에는 탄성처럼 보이고, 손을 떼는 순간 병이 천천히 되살아나는 듯한 움직임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공기의 역할도 빠지지 않습니다. 병을 누르는 동안 내부 공간이 작아지며 압력이 높아지고, 손을 떼는 순간 그 압력이 균형을 찾으려 하며 병의 벽을 밖으로 밀어냅니다. 이 두 가지 성질이 겹치면서 우리가 매일 보는 그 익숙한 형태 복원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간혹 플라스틱 병은 찌그러지면 무조건 그대로 남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재가 오래된 경우나 자외선을 장기간 받은 상태처럼 성질이 약해졌을 때 나타나는 예외적인 사례입니다.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음료용 병은 충분한 복원력을 고려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
아이들과 작은 실험을 반복하다 보면 일상의 사소한 장면도 배움의 순간으로 바뀐다는 걸 자주 느낍니다. 플라스틱 병 하나가 눌렸다가 펴지는 움직임 안에도 소재의 물성, 압력의 변화, 제조 과정에서의 설계 의도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숨어 있었습니다.
막내딸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잔진동을 계속 탐색했고, 큰딸은 병마다 움직임이 왜 다른지 비교하며 자신만의 기준을 만드는 데 열중했습니다. 아내는 이런 시간을 더 자주 만들고 싶다며 아이들의 모습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생활 속 작은 관찰로도 충분히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런 시간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을 더 크게 만듭니다.
여러분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장면에서 뜻밖의 배움을 얻은 순간이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