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가 모두 다른 이유 궁금증, 실험, 원리, 이해 결정 구조의 과학에 대한 글입니다.
겨울의 첫눈이 내리던 날, 창밖으로 떨어지는 눈송이들이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다.
하얀 입자들이 공기 속을 떠다니며 천천히 내려앉을 때,
큰딸이 손바닥을 펼쳐 그 중 하나를 조심스레 받았다.
손 위의 눈송이는 잠시 반짝이다가 금세 사라졌다.
아빠, 왜 눈송이는 다르게 생겼어요?
그 말에 나는 웃으며 대답을 망설였다.
분명 모두 같은 눈인데, 왜 모양은 다를까.
그날 밤, 우리 가족은 그 궁금증을 직접 풀어보기로 했다.
궁금증
눈송이는 늘 같은 하늘에서 내리지만,
그 모양은 결코 같지 않다.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마치 조각가가 만든 듯 정교하고,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고 자유롭다.
큰딸은 손바닥 위의 눈송이를 보며 말했다.
이건 별 모양이에요.
잠시 뒤 떨어진 다른 눈송이를 보고는
이건 육각형이에요, 하고 놀라워했다.
그 말을 들은 둘째 아들은 갑자기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눈은 하늘에서 그냥 만들어지는 거예요, 아니면 누가 만드는 거예요?
그 순수한 질문 하나가 식탁의 대화를 실험으로 바꾸었다.
아내는 웃으며 차를 끓였고, 막내딸은 작은 종이를 챙겨왔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거실 창가에서 눈송이의 비밀을 찾아보기로 했다.
실험
밤이 깊어지자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여니 차가운 공기와 함께 하얀 눈송이가 쏟아져 들어왔다.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뛰어나가 종이를 펼쳤다.
눈송이가 종이 위에 닿자 순간적으로 형태가 또렷이 보였다.
큰딸은 손에 든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건 여섯 갈래예요. 꼭 별 같아요.
둘째는 옆에서 다른 눈송이를 관찰하며 외쳤다.
이건 한쪽이 비틀렸어요. 완전히 똑같은 게 없어요.
그 말에 아내는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었다.
눈송이는 떨어지는 순간마다 다른 형태로 만들어졌다.
육각형의 기본 틀은 같았지만, 가지의 각도나 길이,
끝이 갈라지는 모양이 모두 달랐다.
그 미세한 차이가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막내딸이 눈송이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눈은 왜 녹아버려요?
나는 설명했다.
눈은 얼음이니까 따뜻한 공기를 만나면 바로 물로 변하는 거야.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잠시 조용히 눈 위를 바라봤다.
녹아가는 눈송이들이 마치 금세 사라지는 작은 별 같았다.
원리
눈송이가 모두 다른 이유는 ‘결정 구조’ 때문이다.
대기 속의 수증기가 차가운 공기와 만나 얼어붙을 때,
그 미세한 환경의 차이가 형태를 바꾼다.
온도, 습도, 바람의 흐름이 조금만 달라져도
결정이 자라는 방향이 변해버린다.
눈송이의 기본 구조가 육각형인 이유는
물 분자가 안정된 상태로 결합할 때 육각형이 가장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름 속에서는 일정한 조건이 유지되지 않는다.
공기 중의 온도와 습도는 계속 바뀌고,
그 작은 차이가 눈송이의 모양을 완전히 달라지게 만든다.
기상청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눈송이는 섭씨 -2도에서 -15도 사이의 온도에서 가장 다양한 형태로 형성된다고 한다.
이 온도 범위 안에서도 습도와 바람의 흐름에 따라 결정의 크기와 패턴이 달라진다.
그래서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는
모두 같은 하늘에서 태어나도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니게 된다.
한편, 인터넷에서 자주 떠도는 이야기 중 하나는
모든 눈송이가 완벽하게 대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눈송이가 불완전하다.
현미경으로 보면 한쪽 가지가 조금 더 길거나,
끝이 미세하게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불균형이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만들어내며,
그 안에서 완벽함보다 더 아름다운 조화가 피어난다.
이해
실험이 끝나고 집 안으로 들어오자 창문이 김으로 가득 찼다.
아내는 따뜻한 코코아를 건네며 말했다.
눈도 사람처럼 다 다르구나.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같은 하늘에서 내리지만,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모양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들은 창문 밖을 바라보며
가로등 불빛 아래 반짝이는 눈송이들을 조용히 지켜봤다.
큰딸은 속삭이듯 말했다.
이 눈도 곧 다 녹아 없어지겠죠?
나는 대답 대신 그 손을 감싸 쥐었다.
녹아 사라지더라도 그 순간의 아름다움은 마음에 남는다는 걸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국립기상과학원의 2023년 자료에서도
눈의 결정 구조는 미세한 온도 변화로 완전히 달라진다고 언급되어 있다.
결국 눈송이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지구 대기의 기록이며, 공기의 흐름을 그린 예술이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눈발은 잦아들었고,
조용한 창밖에는 하얀 세상이 남았다.
세상에 완전히 같은 것은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위로처럼 다가왔다.
눈송이처럼 사람의 마음도 다 다르고,
그 다름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혹시 당신도 눈송이를 손 위에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그 짧은 순간, 녹기 전의 작은 결정 속에서
세상의 질서와 따뜻함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