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음악을 들으면 자란다는 말 궁금증, 실험, 원리에 대해서 공유합니다.
며칠 전 저녁,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던 중 막내딸이 불쑥 묻더군요.
식물도 음악을 들으면 자랄 수 있냐고요.
순간 머릿속에 오래된 장면이 스쳤습니다.
어머니가 거실 화초 옆에서 라디오를 켜 두시던 모습이었죠.
그때는 단순히 습관이라 여겼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이유가 있었던 걸까요.
딸의 한마디가 그 기억을 다시 끌어올렸습니다.
그날 밤, 저는 거실 화분 앞에 앉았습니다.
조용한 공기 속에서 식물의 잎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그들도 무언가를 느끼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가족이 함께, 식물과 음악의 관계를 직접 확인해 보기로요.
궁금증
식물은 빛과 물, 온도에 반응한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소리에 반응한다는 이야기는 어딘가 신비롭게 들렸습니다.
그날도 큰딸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식물도 진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 말에 둘째 아들이 락 음악을 들려주면 오히려 시들지도 몰라라며 장난을 쳤죠.
웃음이 번졌지만, 제 마음은 점점 호기심으로 차올랐습니다.
아내는 클래식 음악이 좋을 거라며 작은 스피커를 꺼내 왔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웃고 넘겼겠지만, 그날은 왠지 진심이었어요.
서울대학교 식물생리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가 떠올랐습니다.
특정 주파수의 소리가 식물 세포막을 자극해 성장 호르몬을 증가시킨다는 내용이었죠.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단순한 호기심이 작은 실험으로 이어졌습니다.
실험
저희 가족은 스투키 두 화분을 준비했습니다.
한쪽에는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다른 쪽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조용히 두었습니다.
조건은 같게 맞췄습니다.
같은 햇빛, 같은 물, 같은 시간대.
막내딸은 매일 아침 스투키 앞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작은 목소리조차 식물에게 닿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큰딸은 잎의 색과 모양을 꼼꼼히 기록했고,
둘째 아들은 사진을 찍으며 재미있어했습니다.
그저 단순한 놀이처럼 시작했지만, 점점 가족의 하루 루틴이 되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놀라운 변화가 보였습니다.
음악을 들은 화분의 잎은 색이 짙어지고, 줄기가 곧게 뻗어 있었습니다.
반면 조용히 두었던 화분은 큰 차이가 없었죠.
물론 완벽한 과학적 증거라 하기엔 부족하지만,
눈으로 봐도 생기가 느껴졌습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소리 진동이 광합성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음파가 엽록소의 활성을 촉진해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었죠.
그걸 알고 나니, 우리가 느꼈던 변화가 단순한 착각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을 보면 식물이 음악을 들어도 아무 변화가 없다라는 말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건 단정적인 표현일 뿐입니다.
소리 자체보다 소리의 진동이 식물 세포를 자극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니까요.
결국 음악은 ‘소리의 형태를 띤 에너지’로 작용하는 셈입니다.
원리
식물에게는 귀가 없지만, 세포는 진동에 반응합니다.
공기를 타고 전달되는 음파가 식물 조직을 미세하게 흔들어
이온 통로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들고, 영양분의 이동을 돕는다고 합니다.
특히 클래식 음악처럼 일정하고 부드러운 리듬은
안정적인 진동을 전달해 식물의 생리 작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불규칙한 소음이나 강한 진동은 세포에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죠.
즉, 음악의 종류보다 ‘진동의 패턴’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원리를 알고 나니, 그동안 무심코 흘러나오던 소리들이 새롭게 들렸습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소리, 심지어 바람의 움직임조차
자연이 만들어내는 리듬이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식물도 그 리듬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자라고 있었던 겁니다.
이해
일주일 후, 가족이 함께 화분 앞에 모였습니다.
스투키 두 개를 나란히 두고 바라봤을 때
음악을 들은 화분의 잎이 한층 넓고 진해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신기하다며 연신 웃었고,
아내는 식물도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아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생각했습니다.
이번 실험의 진짜 의미는 식물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자연과 호흡한 시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음악을 들은 건 식물이었지만,
그 순간 가장 크게 자란 건 우리 마음이었습니다.
이후로 아내는 가끔 화초 옆에서 노래를 부르고,
막내딸은 식물에게 오늘은 어떤 기분이야 하고 말을 겁니다.
그 모든 장면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연의 리듬을 배우는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창가의 식물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가끔 음악을 틀어주면 잎이 햇빛을 따라 고개를 드는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합니다.
자연은 늘 우리 곁에서 말을 걸고 있었는데,
우리가 그 소리를 너무 오랫동안 듣지 않았던 건 아닐까 하고요.
오늘은 잠시 조용한 음악 한 곡을 틀어두고,
창가의 화분과 함께 숨을 고르며 하루를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작은 진동 속에서 마음이 조금 더 부드러워질지도 모릅니다.